우리 신랑은 '오이'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딱히 몸에 이상반응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오이' 냄새만 맡아도 속이 매스껍다고 하며 음식 속 아주 극소량의 오이의 정체(?)도 알아낼 만큼 오이에 민감해요.
반면 저는 '오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아삭한 식감과 먹으면 시원하게 수분이 채워지는 느낌이 참 좋거든요. 오이를 고추장으로 가볍게 버무리는 오이김치와 오이지, 오이소박이도 참 맛있고요.
오이가 메인 디쉬는 아니기 때문에 살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한 김밥에 오이를 빼지 않아 신랑 김밥을 다시 주문해야 하는 경우나 제가 오이를 찍어 먹은 쌈장에 오이 냄새가 난다며 못 먹겠다는 등 사소한 불편함은 있습니다.
신랑은 오이에 신체 알레르 반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향과 맛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한번은 '생각의 문제다'라며 신랑 입에 오이를 들이민 적이 있어요. 그때 당시는 식겁하는 신랑의 반응이 너무 웃겨 계속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도 폭력이 될 수 있겠어요.
우리 아들은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야채를 싫어합니다. 근데 '고기'도 싫어해요. 고기의 질긴 식감이 싫다고 합니다. 한창 잘 먹어야 할 성장기라 '고기'를 싫어하는 아들이 항상 고민이어요. 그래서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도 해보고, 몇 번 씹다 뱉겠다는 아들의 입을 틀어막아본 적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먹기 싫은 음식을 이렇게 강요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아들에게 음식 폭력을 행사했던 걸까요?
상대방에게 억지로 무엇을 강요하는 건 나쁜 행동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교육한다는 이유로, 혹은 위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새 아들 식사로 '볶음밥'을 자주 합니다. 여러 가지 야채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넣으려고 노력하고, 다진 고기를 넣어 만들어 줍니다. 미역국도 다진 고기를 넣어 끓이고 있어요. 우리 아들 잘 먹냐고요? 왜 진작 아들이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고 억지로 먹이려고만 했을까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요리'를 신청하여 보내고 있어요. 직접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까 해서요. 이 요리 수업 역시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피자를 싫어하던 아들이는데 직접 만든 피자를 엄마 아빠도 주지 않고 다 먹고, 피자 위 파프리카도 맛있다며 먹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알레르기로 식단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서로 소통하며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함께한끼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서로의 식성을 존중하며, 필요한 경우 좋은 대안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같이하는 식사자리에서 '알레르가 있는 음식'이나 '못 먹는 음식'은 없는지 상대방에게 미리 확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관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요?
😘 제가 쓴 글입니다 :)